마지막 날이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한 달이었다.
그리고 벌써 2013년이 반을 넘어섰다.
이젠 그만 계획하고 움직일 때다.
열심히 읽고 썼지만
여전히 너무나 부족함을 느낀다.
더 깊이 있는 삶이 되고 싶다.
마지막 날이다.
많은 일이 있었던 한 달이었다.
그리고 벌써 2013년이 반을 넘어섰다.
이젠 그만 계획하고 움직일 때다.
열심히 읽고 썼지만
여전히 너무나 부족함을 느낀다.
더 깊이 있는 삶이 되고 싶다.
그 사이 몇 권의 책을 더 읽긴 했지만 쓰고 싶은 것만 쓴다. 내 마음이니까.
무라카미 하루키는 적어도 내게는 수필가다. 본인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그의 소설을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다. 물론 그 이름을 들어본 건 문예부 지도 교사의 추천으로 구입한 '상실의 시대'였지만 몇 장 넘겨보고 읽지 않았다.
비교적 최근에 그의 수필집을 읽어보고 그의 팬이 되었다. 그리고는 첫 작품인 '바람의 노래를 들어라'를 손에 쥐었다. 하지만 역시 읽다가 말았다. 그의 소설이 마음에 안든다기 보다는 그냥 그의 수필이 더 좋다.
재편집되어 재출간된 수필집과 이번에 나온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를 다 읽게 됐다. '그의 글을 다 읽고 말겠어' 라고 의도한 건 아니었지만 자연스럽게, 어쩌다보니 그렇게 됐다.
그의 글을 쉼을 준다. 조금 부담스러운 내용의 책을 읽을 때면 머리를 식힐겸 휴식이 필요하다. 그럴때마다 하루키의 책을 집어 든다. 짤막한 그의 글은 막간을 이용해서 읽기에도 최고의 선택이다. 비록 하루키는 막간용 도서로 동화를 추천하지만 말이다.
하루키의 수필은 너무 진지하지 않아서 좋다. 또 억지로 뭔가를 얻어내려고 하지 않아서 좋다. 일부는 그러한 스타일에 '남는게 없다'고 말하지만 세상 모든 일에 무언가를 얻어내려고 하는 것도 피곤한 일이다. 그렇다고 얻는게 없느냐? 그런것도 아니다. 인생은 해석이고 사람마다 사연이 다르다. 타인의 엉뚱하다 싶은 생각속에서도 타이밍에 따라 깨닫는 바가 있다. 때론 그 기발한 생각으로 문제를 다른 각도에서 보게 되는 기회가 된다. 뭐, 과도한 해석이라고도 생각되지만 어쨌든 재미있다. 가끔씩 눈에 쑥 들어오는 참신한 표현을 보는 것도 좋다.
'무라카미 라디오' 시리즈의 제목도 신선하다. 보통은 그의 글 중에 담겨있는 표현을 골라 제목으로 삼는다. 그래서 이 책 제목을 보고 대체 어떤 글에서 가져왔을지 궁금했다.
나도 저녁 무렵에 면도할 일이 좀 있었으면 좋겠다.
커피 한 모금을 삼킨다. 쌉싸르한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그 뒤로 깊은 단맛이 역으로 올라와 입안을 가득 채운다.
평소엔 마시지 않은 강배전 커피의 매력이다. 워낙 산미가 강한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강하게 볶은 커피는 접할 기회가 없다. 하지만 여름엔 역시 강배전 커피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는데도 아직 어린애 입맛이라 쓴거라면 질색이다. 그렇다고 어린애들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지만 어른의 체통은 지키면서 쓴 맛나는 것들을 품위있게 비켜간다. 그래도 가끔 쓴 것을 찾을 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여름에 마시는 강하게 볶은 아이스 커피다.
보통 강배전 커피는 바디와 단맛이 좋고 그 중심을 기분 좋은 쓴 맛이 잡아준다. 마치 입맛없을때 먹는 봄나물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 그런 커피를 아이스로 내려 마시면 입안이 깔끔해지고 갈증이 달아난다. 그리고 쓴 맛 뒤로 쭉쭉 올라오는 천연의 단맛은 감히 인공의 시럽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은은함을 가지고 있다.
뭐 그래도 역시나 신맛나는 커피가 좋지만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엔 이런 커피도 괜찮다.
커피 사진을 찾아보니 죄다 에스프레소다. 어쩔수 없다. 역시나 심심하니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