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시에 여러 권의 책을 읽는다. 그러다 보니 같은날 책을 끝마치게 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오늘도 그러한 날이다.
보통 책을 읽고 나서는 간단한 감상을 쓰기 마련이다. 그러한 작은 행위는 흘러가는 기억을 조금이라도 붙잡을 수 있는 발버둥이다. 게다가 일종의 책을 마쳤다는 의식이기 때문에 거리낌(?) 없이 다음 책을 잡을 수 있다.
글이라는 건, 적어도 내게는, 생각을 확장하는 도구다. 미리 생각한 것을 써내려가기 보다는 글을 쓰다보면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는 것을 경험한다. 그래서 의도치 않게 글이 길어지거나 내가 처음 생각했던 결론과는 다른 마무리로 글을 맺곤 한다. 일명, 쓰면서 생각하는 인간이다. 따라서 글을 쓴다는 것은 내게 큰 에너지를 소모하는 일이다.
어쨌든 책을 읽었으니 글은 써야겠는데 사실 쓰기가 싫다. 조금 시간을 두고 읽은 책과의 거리를 유지하고 싶다. 시간이 조금 지나면 지금 느끼는 것과는 다른 느낌을 느끼는 경우도 있으니까. 어쩌면 이 조차도 합리화인지도 모르겠다. 그냥 게으름인지도. 지금은 쓰고 싶지 않은 글은 쓰지 않을 권리(?)가 있다.
블로그에 글만 있으면 참 심심한 포스팅이 된다. 이럴 때 펼쳐진 책에 커피 한 잔이 있는 사진 한 장 있으면 덜 심심하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인터넷에서 긁어 올 수 있겠지만 사진을 찍는 (것을 좋아하는) 입장에서 막 퍼다 나르는 건 싫다. 앞으로는 블로그에 올릴만한 사진도 좀 찍어서 모아둬야겠다.
쓰다보니 참 두서없는 글이 됐지만 '쓰고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다.
그래도 심심하니까 사진 한 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