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하나 달랑 둘러메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날이었다. 특별히 답답하거나 오랜 기간 여행에 대한 목마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별 이유없이 내가 있는 이곳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곳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지금의 상태도 좋지만 환경이 바뀐다면 조금 더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오랜만에 사진도 찍고 싶었다. 예전같은 열정을 되찾을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읽고 있는 책 덕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산문집이라고 되어있지만 시집같은 글이 가득한 책, 아주 잘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은은한 감동이 있는 사진들로 채워진 책이었다. 남성 작가의 글임에도 짙은 감성이 녹아있다. 부러움? 그럴런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글은 감성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이성을 향해 부르짖는 글이 많으니까. 원래 사람은 자신의 반대 방향을 그리워하는 법이다.
TV를 보지 않는데 어쩌다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고기를 잡는데 바대가재가 나왔다. 바다가재는 2쌍의 촉각이 있는데 하나를 부러뜨리면 방향 감각을 잃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어부들은 그렇게 바다가재를 자신의 주변에 놓아두고 다른 고기를 잡는다. 그리고는 나중에 방향 감각 없는 바다가재를 들고 물 밖으로 나온다.
서글프지만 그 가재의 모습이 나같았다. 보는 당시에는 몰랐는데 문득 떠오르는 내 모습과 방향을 잃은 바다가재의 모습이 겹쳐진다. 헌데 그리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작품을 쓰진 않을거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실력이다. 다만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서스름없이 표현할 거다. 진부한 표현이라고 미리 걷어내지 않고 그 진부함이라도 한 번은 내것으로 만들고 그 진부함을 있는 그대로 느껴볼테다. 그러는 중에 또 한 걸음을 내딛은 내 자신을 보게 될지 어찌 알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