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를 보내는 단상

Life 2012. 9. 12. 22:52



카메라 하나 달랑 둘러메고 여행을 떠나고 싶은 날이었다. 특별히 답답하거나 오랜 기간 여행에 대한 목마름 때문만은 아니었다. 그냥 별 이유없이 내가 있는 이곳에서 벗어나서 새로운 곳을 경험해 보고 싶었다. 지금의 상태도 좋지만 환경이 바뀐다면 조금 더 좋을 것 같다는 막연한 기대감... 그리고 오랜만에 사진도 찍고 싶었다. 예전같은 열정을 되찾을수 있을런지 모르겠지만.


아마도 읽고 있는 책 덕분이 아닐까 생각이 든다. 산문집이라고 되어있지만 시집같은 글이 가득한 책, 아주 잘찍은 사진은 아니지만 은은한 감동이 있는 사진들로 채워진 책이었다. 남성 작가의 글임에도 짙은 감성이 녹아있다. 부러움? 그럴런지도 모른다. 내가 쓰는 글은 감성을 기반으로 하기보다는 이성을 향해 부르짖는 글이 많으니까. 원래 사람은 자신의 반대 방향을 그리워하는 법이다. 


TV를 보지 않는데 어쩌다 한 프로그램을 보게 됐다. 인도네시아에서 고기를 잡는데 바대가재가 나왔다. 바다가재는 2쌍의 촉각이 있는데 하나를 부러뜨리면 방향 감각을 잃어 움직일 수 없게 된다. 어부들은 그렇게 바다가재를 자신의 주변에 놓아두고 다른 고기를 잡는다. 그리고는 나중에 방향 감각 없는 바다가재를 들고 물 밖으로 나온다.

서글프지만 그 가재의 모습이 나같았다. 보는 당시에는 몰랐는데 문득 떠오르는 내 모습과 방향을 잃은 바다가재의 모습이 겹쳐진다. 헌데 그리 불쌍하다는 생각은 들지 않았다. 아직 그 이유를 모르겠지만...


지금 당장 작품을 쓰진 않을거다. 아니, 그렇게 하고 싶어도 할 수가 없는 실력이다. 다만 편견없이 받아들이고 서스름없이 표현할 거다. 진부한 표현이라고 미리 걷어내지 않고 그 진부함이라도 한 번은 내것으로 만들고 그 진부함을 있는 그대로 느껴볼테다. 그러는 중에 또 한 걸음을 내딛은 내 자신을 보게 될지 어찌 알겠는가?



Posted by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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굳이 말하자면 유행이고 트렌드다.

정신분석에 기반을 둔 심리 관련 서적 얘기다. 사실 '심리학'이 쓰이지 않는 분야가 없다. 광고, 마케팅부터 정치에 이르기까지 개인과 대중의 심리를 알아야 하는 시대에 이르렀다. 결코 쉽지 않은 학문이지만 최근 쉽고 재미있게 저술된 여러 책들 덕분에 '심리학'이라는 분야가 한층 대중에게 다가온 느낌이다.


저자는 역시나 신경정신과 의사. 꽤나 공부를 많이 하신분이라는 생각이 든다. 

결국 이런 책은 수요가 있기때문에 출판이 된다는 입장인데 그 사실을 증명이나 하듯 베스트 셀러 10위 안에 포함되어 있다. 정신과 의사가 이런 종류의 책을 집필하기 좋은 이유는 사례가 많기 때문이다. 실제 진료를 통해 많은 사람들을 만날수 있고 각 사람은 너무나 다양한 사연들이 있다. 독자는 그런 사례를 통해 여러가지를 생각하게 된다. 

'세상에는 너무나 다양한 삶이 있구나'

'나는 이런 삶이 아닌것이 다행이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보며 공감하기도 하고 안심하기도 한다. 


왜 이런 종류의 책이 꾸준히 나오는지 생각해 봤다. 

그 이유는 너무나 당연하게도 사회적인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산업 사회를 통해 먹고 사는 문제가 해결되고 어느 정도 물질적인 풍요를 누리는 시대에 이르렀다. 이젠 그 이상의 가치를 추구하는 시대임과 동시에 경쟁에서 뒤쳐진 자들이 더 큰 물질을 향한 질주를 갈망하는 때이기도 하다. 그 모든 가치들의 혼재속에 인간의 정신은 병들고 관계는 예전만큼 단순하지 않다. 나를 알고 남을 알아야 이 험난한(?) 사회에서 생존할 수 있다는 위기 의식이 든다. 


이 시대의 모습은 이미 10년 혹은 20년 전 선진국에서 겪었던 현상이기도 하다. 뉴스를 보면 강퍅한 인간의 모습에 깜짝 놀라는 소식들로 가득하다. 단순히 책 한 권을 읽은 것이지만 지금 한국은 꽤나 위기의 시간에 서있는 것은 아닌지 심각하게 생각해 봤다.


Posted by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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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은 책은 쌓여가는데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은 점점 더 더디게 진행된다. 

글 한 편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품'을 쓰려는 무의식이 강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하루키의 수필집.

혹자는(때로는 작가도) 글의 주제가 없다고 하는데 적어도 난 이런 글이 좋다. 주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주제'라는 것이 독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주제를 내세워 읽기 전부터 부담을 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가볍게 툭툭 던지는 글 속에서 때론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는 글도 있다. 그의 글이 그러하다.


하루키의 글은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왜 그리 인기있는 작가인지 공감하지 못했다. 다시하는 말이지만 고등학교때 처음 접했던 '상실의 시대'는 조금 두꺼운 책에 불과했다. 그의 진가를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편안하다. 쉽게 몰입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작가도 쉽게 쓴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를 통해 알게된 사실은, 문체라는 것은 사용 언어에 영향을 받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일본어로 쓰여진 글을 한국어로 번역했음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독특한 문체는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그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그런 특별함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쓰고 싶다는 생각과 이런 천재성은 타고난 것인가 하는 일종의 낙담이 그것이다. 그런 부담감 때문일까? 최근에는 글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잘 써야 한다는 무의식이 글을 쓰는 내내 나를 지배하고 있다. 사실 글은 부담없이 써야한다. 한 번에 좋은 글이 나오지도 않는다. 더욱이 작품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부담감은 글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알면서도 안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Posted by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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