읽은 책은 쌓여가는데 생각하고 글을 쓰는 것은 점점 더 더디게 진행된다. 

글 한 편 쓰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작품'을 쓰려는 무의식이 강한게 아닌가 생각된다.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 있는 하루키의 수필집.

혹자는(때로는 작가도) 글의 주제가 없다고 하는데 적어도 난 이런 글이 좋다. 주제가 없기 때문이 아니라 그 '주제'라는 것이 독자에 따라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거창한 주제를 내세워 읽기 전부터 부담을 주는 글이 있는가 하면 가볍게 툭툭 던지는 글 속에서 때론 생각지도 못한 깨달음을 얻는 글도 있다. 그의 글이 그러하다.


하루키의 글은 매력이 있다. 그의 작품을 접하기 전에는 왜 그리 인기있는 작가인지 공감하지 못했다. 다시하는 말이지만 고등학교때 처음 접했던 '상실의 시대'는 조금 두꺼운 책에 불과했다. 그의 진가를 알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그의 글을 읽고 있으면 편안하다. 쉽게 몰입하게 된다. 그러다보니 작가도 쉽게 쓴 것이 아닌가 착각이 들 때도 있다.


그를 통해 알게된 사실은, 문체라는 것은 사용 언어에 영향을 받는 것만은 아니라는 것이다. 즉 일본어로 쓰여진 글을 한국어로 번역했음에도 '무라카미 하루키'만의 독특한 문체는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 같다. 당연한 말인지도 모르겠지만 그만큼 그의 스타일은 독특하다. 그런 특별함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그의 글을 읽으면서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글을 잘쓰고 싶다는 생각과 이런 천재성은 타고난 것인가 하는 일종의 낙담이 그것이다. 그런 부담감 때문일까? 최근에는 글쓰는 것이 더 어렵게 느껴진다. 잘 써야 한다는 무의식이 글을 쓰는 내내 나를 지배하고 있다. 사실 글은 부담없이 써야한다. 한 번에 좋은 글이 나오지도 않는다. 더욱이 작품이라는 것은 그리 쉽게 태어나지 않는다. 내가 느끼는 부담감은 글쓰는데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결론에 이른다. 알면서도 안되기 때문에 어려운 것이다.


Posted by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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