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번째 책은 정말 재미없었다. 남들은 공감할 수 없는 본인만의 언어로 자신이 읽은 책에 대한 자랑질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 책을 다시는 만나지 말아야 할 인연인 양 정리함 속 깊숙히 숨겨놨다. 절대 다시 보지 말자는 다짐과 함께. 그것이 그녀에 대한 첫 인상이었다.
사람은 변하기 힘들다. 아니, 변하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 더 정확한 표현이리라. 하지만 그녀는 변했다. 어쩌면 내가 변했는지도 모른다. 어쨌든 변할 것 같지 않던 한 사람(그녀든 나든)의 변화가 책 한 권을 통해 느껴졌다. 정혜윤의 [삶을 바꾸는 책 읽기]. 제목부터 심상치 않다.
책을 읽으면서 누구나 가져봤을 질문이나 의문, 그리고 그에 대한 그녀만의 독특한 답이 각 챕터를 구성한다. 옆에서 이야기하듯 써내려 갔지만 집중하지 않고 책을 읽다보면 그녀가 대체 왜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큰 흐름을 놓칠수 있으니 정신을 바짝 차려야 한다. 분명 그녀는 변했다. 그녀만의 독특한 스타일이 살아있음에도 다른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두었다. (그런 그녀에게 감사하기까지 하다) 작가의 글은 독자의 공감을 만날 때 폭발한다. 적어도 독자에게는 그러하다.
또 그녀의 글이 좋은 이유는 뻔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무릎을 탁 칠만한 답변은 아니더라도 깊은 생각과 많은 경험이 바탕이 된 이야기를 들려준다 . 독서에 대한 책만 수십권인 요즘 세상에 뻔한 소리를 하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는 읽어본 사람은 안다.
나는 보통 책을 한 번 읽으면 다시 읽지 않는다. 거만하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몇 가지 이유가 있다. 먼저 같은 분야나 관련 서적을 여러권 읽기 때문이다. 비슷한 내용의 책을 계속해서 읽다보면 그 분야에 대한 핵심은 자연스레 파악하게 된다. 또 수많은 정보가 쏟아지는 이 시대에 한 권의 책을 붙들고 있다는 것은 자칫 시대에 뒤쳐질 수 있다. 그럼에도, 여러번 읽어야 하는 책은 분명히 존재한다. 시간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고전같은 책들. 그런 면에서 그녀의 책은 고전만큼은 아니다 하더라도 옆에 두고 다시 한 번 읽으면서 줄을 치고 싶은 그런 책임에는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