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린다.
어제도 내렸고,
오늘도 내리고,
내일도 내린다.
매년 겪는 장마지만, 매년 그 느낌이 달라진다.
아마 세상을 바라보는 내 눈이 달라졌기 때문일테지.
비가 오는 날이면 생각나는 것들이 있다.
따끈한 국물을 호호 불어가며 먹는 우동이나
주전부리를 옆에 놓고 읽는 만화책 같은 것들.
그런 추억이 없는 사람도 있겠지만
그런 것들은 경험의 유무와 상관없이
비오는 날의 낭만을 넘어 일종의 의식같은 것이 아닐까 싶다.
비교적 최근에 맛들인 의식(?)은 바로 커피다.
비오는 날 커피 한 잔을 앞에 놓고 책을 손에 쥔 기분은 해본 사람만 안다.
아무 생각없이 그 순간만을 위해 존재할 수 있는 느낌이랄까.
이제 곧 뜨거운 여름이 시작될 것이다.
그러면 이 지긋지긋한 장마도 내년에나 다시 만나겠지.
흐린 날씨 탓에 조금은 가라 앉은 기분이지만
조금 더 참고 이 시기를 추억할 수 있는 시간이 되길 바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