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한 날도 아니었는데 서랍 구석에 있던 오랜된 시계를 찼다. 10년도 넘은 타이멕스. 군대에 있을 때 PX에서 구입했던 시계다. 가격은 면세로 아마 30불 전후였던 것 같다. 미군 녀석들도 하나쯤은 다 가지고 있던 타이멕스 시계다. 이 시계를 차고 훈련도 나갔고 외출시 가방에도 달고 다녔던 기억이 난다. 한 마디로 어려운 시절 산전수전을 함께한 물건이라고 할 수 있다. 시계 곳곳에서 세월의 흔적이 느껴진다. 배터리가 닳았던 녀석을 얼마전 직접 뒤뚜겅을 따고 배터리를 갈아줬다. 그때만큼 편하지도 않고 멋있지도 않지만 왠지 그 당시의 추억이 담겨있는 아릿한 감상에 여전히 서랍속에 간직하고 있다.
시계를 좋아한다. 남자 악세서리는 많지 않기 때문에 시계를 좋아하지 않는 남자가 드물겠지만. 좋아하는 것 치고는 좋은 시계도 없고 집착하지도 않는다. 기능도 따지지 않고 명품을 선호하지도 않는다. 그냥 내가 보기에 좋은 디자인이면 된다. 그리고 한 번 구입한 시계는 오래 사용한다. 고장이 나더라도 쉽게 버릴수 없는 것이 시계다. 그리 좋은 것도 아닌데.
끊임없이 흐르는 시간을 멈추거나 간직할 수 없지만 잠시나마, 오늘의 시간을 그리고 오랜만에 손목에 감긴 시계속 시간을 생각해 본다. 기억할 수 없다고 존재하지 않는 것도 아니고 의미없는 것도 아니다. 오늘 하루는 내 삶의 일상 중에 평범한 하루였지만 그 하루를 꽉 채웠다는 사실만은 변하지 않는다.
아, <페넘브라의 24시 서점>을 다 읽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