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톡 대화명이 '앙코르왓트' 그리고 프로필 사진도 앙코르왓트의 멋진 풍경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 작은 변화에는 수많은 이야기가 쌓이고 쌓인 것이다.
함께 꿈을 나눴던 내 캄보디아 친구의 이야기다.
어린 나이에 한국으로 시집을 왔다. 비록 나이 많은 남편이었고 그에게는 자신과 몇 살 차이 안나는 자식들도 있었지만 나름 한국에서 이룰 꿈에 대해 생각했었는지도 모른다. 다행스럽게도 남편은 의리있는 사람이었고 아이들도 속이 깊었다. 낯설고 힘든 땅에서 이방인으로 살아간다는 것은 어떤 것일까? 그런 생각을 해볼 삶의 여유가 있었을까? 열심히 한국어를 배웠고 커피 만드는 일을 배웠다. 그리고 지금은 카페의 매니저가 되었다. 여전히 어린 나이다.
이 친구와(사실 친구라고 하기에 나와도 나이 차이가 꽤 난다) 함께 일을 했었던 적이 있다. 배움에 열심인데다 똑똑하기까지 했다. 게다가 젊음이 주는 아름다움에 타고난 미모가 있었다. 카페에 손님이 왔는데 아마도 대학에 갓 들어간 학생이었던 것 같다. 물론 한국인. 고객의 주문을 받고 커피를 만드는 그녀의 모습이 기억난다. 그 당시 나는 그녀가 어떤 느낌이 드는지 궁금했다. 자신의 또래가 커피를 주문하고 대학 생활을 누리는 것에 대해 말이다. 실제 물어본 적은 없지만 어떤 괴리감을 느꼈을까? 아님 이런 의문조차도 내 편견에서 시작된 것일까?
그녀는 지금 캄보디아에 있다. 2년만에 고향에 갔다. 한국에서 돈을 벌고 매달 집으로 보내면서 돈을 모아 오랜만에 가족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아마 앙코르왓트에 갔던 것 같다. 그것도 처음으로.
앙코르왓트는 세계적인 관광지지만 정작 그곳에 사는 사람들은 가보지 못한다. 마치 커피를 재배하는 농부들은 부자 나라로 커피를 팔기 때문에 자신들을 커피를 마시지 못하는 것처럼.
내일 한국으로 돌아온다. 이제 가족들과의 삶은 잠시 살짝 접어두고 본래의 일상으로 발을 들여 놓는다. 바뀌었던 그녀의 카톡 대화명은 다시 무언가로 바뀌겠지만 그 사이에 켜켜히 쌓이는 그녀의 삶이 행복으로 채워졌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