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기록한다
마지막 글을 쓴지 1년이 더 지났다.
포스팅 갯수도 400에서 멈춰있다.
그렇다고 들어와보지 않은 것도 아니다.
종종 지나가며 문은 한 번 씩 열어봤다.
그때와 지금은 조금 다른 상황이다.
환경이 바뀌는 것만으로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사실을 직접 느껴보려 했는데
적어도 내게는 환경의 변화보다 나 자신의 변화가 더 중요한듯 하다.
사진은 덤.
5월의 한라산.
5월이 얼마 남지 않았다. 오늘 날짜인 27을 보고 있으면 핸드폰의 베터리가 얼마 남지 않은 느낌이 든다. 5월이 거의 다 닳았다. 싱그럽고 잔잔한 무언가를 떠올리는 5월인데 이번 5월은 꼭 그렇지만도 않을 것 같다.
사람들이 떠났다. 중요하다면 중요하고 그렇지 않다면 그냥 그런 사람들. 아는 선생님 한 분이 영국으로 떠났고 오랜 친구가 호주로 떠났다. 그리고 가족중 한 식구는 캐나다로 떠났다. 각각의 목적이 있고 뜻하는 바가 있으니 그렇게 떠나나 보다. 마치 서로 약속이나 한듯 비슷한 시기에 떠나갔다.
누군가 내 주위를 떠났다고 아쉽거나 슬프지 않다. 그런 감정을 느끼기엔 이미 나이를 많이 먹었거나 그들이 내 삶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기 때문이 아닐까 싶다. 그래도 5월은 헤어짐과 어울리지 않은 달인 것 같다. 한데 모이고 나누는 이미지가 그려진다. 내 안에 쌓인 이미지일 뿐이겠지만.
커피 한 잔을 마신다. 약간은 칼칼한 목넘김 배고는 좋은 커피다. 아마 내가 잘 못내리지 않았나 싶다. 그렇게 내린 커피를 붙들고 아침의 피로를 날려보내고 있다. 이 피로는 삶의 피로다. 아침부터 우울하고 싶지 않지만 내 삶에서 이 피로를 느끼지 못한 적이 언제였나 싶다. 최근 몇 년간은 그냥 달고 살았던 것 같다. 아마 남들이 말하는 피로와는 다른 그것.
책의 한 구절이 떠오른다.
장소를 바꾸는 것 만으로도 때로는 많은 것이 달라진다는.
어쩌면 지금 내게 필요한 것이 아닌가 싶다.
떠나야 하는 사람은 바로 내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