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리뷰를 쓸 필요도 없는 책은 글로 남기지 않으려고 했는데 이건 아니다 싶은 마음에 글을 남긴다.


저자 본인을 수필가라 칭하고 무한한 자부심을 가진 사람.

수필의 미덕은 형식이 없어서가 아니라 '무형식이 형식'이라는 편안함으로 사람들에게 글쓰기의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헌데 이 수필가는 수필을 또 하나의 형식에 가두어 두려고 한다. 저자가 말하는 바를 모르는 것이 아니다. 요즘엔 블로그를 비롯해 글을 쓸 수 있는 여건이 좋아지다보니 너도나도 수필가랍시고 글답지 않은 글을 쓰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도 '글을 쓰는 사람'이라면 이러한 작금의 현실을 비난하기 보다는 긍정적인 측면을 바라보고 수정, 발전 가능한 방향을 말하는 것이 맞다고 생각한다.


게다가,

'용 아무개 씨라는 참 시인 같잖은 시인이 시집이랍시고 묶은...'

이런 문장이 출판된 책에 딱 인쇄되어 있다니 놀랍다. 용 아무개 씨는 용혜원씨다. 시집과 시 한 편을 올려놓고 저런식으로 말 할 수 있는 용기가 부럽다. 글쓰는 이라면 당연히 비판을 겸허히 수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자신의 말을 합리화하기라도 하는걸까? 그래도 사람이 최소한의 예의는 있어야 하는 법이다. 저자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가시고기>의 작품성을 논하고 현 시대의 허섭쓰레기같은 글로 수필가라 자칭하는 이들이 많다고 끊임없이 얘기한다. 저자의 의견에 동의하는 구석이 있지만서도 같은 말을, 그것도 비난의 말을 그 얇은 책에서 계속 듣다보니 독자로서 짜증이 날 지경이다. 


그렇게 자신있는 분이라면 조금 더 자신감을 갖고 겸허한 마음으로 다른 이들을 바라봐야 하지 않을까? 

경험과 사색, 특히 사색이 중심이 되어야 좋은 수필을 쓸 수 있다는 수필가가 하는 생각이 뭔지 의문스럽다. 

기분좋게 읽기 시작했지만 씁쓸한 뒷맛을 남기는 책이다.


Posted by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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