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컨셉은 참으로 독특하다. 사진가와 편집 디자이너가 기획을 하고 20여명의 작가가 우리나라 도시에 대해 글을 썼다. 사진은 다큐 사진으로 유명한 임재천씨가 맡았고 그을 쓴 작가들은 국내에서 잘 알려진 소설가, 시인들이 주를 이룬다. 각 도시의 사연이 있는 그들이 그 도시에 대해 이야기를 들려준다. 모두 자신들이 바라본 도시의 느낌이지만 어떤 글은 상당히 개인적이고 심오하기까지 하다.


사실 이 책은 사진때문에 구입한 책이다. 사진가 임재천의 사진은 매력적이다. 단순히 아름다고 눈길을 잡아끄는 화려함이 아니다. 그의 사진은 본인만의 색깔을 간직하고 있다. 깊고 짙은 사람 냄새가 난다. 한 번 보고는 결코 볼 수 없는 삶의 밑바탕이 사진안에 담겨있다. 언제봐도 그의 사진이 참 좋다.


사진이 좋아서 읽기 시작했지만 뜻밖의 수확도 있었다. 여러 작가가 글을 쓰다보니 각 작가의 개성있는 필체를 경험할 수 있었다. '아름다운 동행'과 각종 경제 관련 집필로 유명한 박경철씨도 안동을 맡아 글을 썼는데 다른 곳에서 볼 수 없는 그만의 감성이 담겨있다. 

그리고 또 한 분! 오정희 선생님, 그 분의 글을 여기서 만나다니 정말 행운이다. 그 분의 글을 읽으면서 또 한 번 감탄했다. 독특하지만 어색하지 않고 생소하지만 무리없는 표현은 한글을 또 다른 언어로 만드는 듯한 착각이 들 정도다. 왜 많은 작가들이 오정희 선생님의 글을 필사하는지 이해가 됐다. 


색깔있는 사진과 글이 만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오래 기억될 책이다.


Posted by Je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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