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피 한 모금을 삼킨다. 쌉싸르한 향이 목을 타고 넘어간다. 그 뒤로 깊은 단맛이 역으로 올라와 입안을 가득 채운다.
평소엔 마시지 않은 강배전 커피의 매력이다. 워낙 산미가 강한 커피를 좋아하다보니 상대적으로 강하게 볶은 커피는 접할 기회가 없다. 하지만 여름엔 역시 강배전 커피다.
나이를 먹을만큼 먹었는데도 아직 어린애 입맛이라 쓴거라면 질색이다. 그렇다고 어린애들처럼 호들갑을 떨지는 않지만 어른의 체통은 지키면서 쓴 맛나는 것들을 품위있게 비켜간다. 그래도 가끔 쓴 것을 찾을 때가 있는데 그것이 바로 여름에 마시는 강하게 볶은 아이스 커피다.
보통 강배전 커피는 바디와 단맛이 좋고 그 중심을 기분 좋은 쓴 맛이 잡아준다. 마치 입맛없을때 먹는 봄나물 같은 맛이라고나 할까? 그런 커피를 아이스로 내려 마시면 입안이 깔끔해지고 갈증이 달아난다. 그리고 쓴 맛 뒤로 쭉쭉 올라오는 천연의 단맛은 감히 인공의 시럽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은은함을 가지고 있다.
뭐 그래도 역시나 신맛나는 커피가 좋지만 오늘같이 비가 내리는 날엔 이런 커피도 괜찮다.
커피 사진을 찾아보니 죄다 에스프레소다. 어쩔수 없다. 역시나 심심하니 첨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