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촬영에 짧은 느낌들을 적어놓은 사진집.
제목에서 알 수 있듯 사람들의 얼굴, 표정이 사진의 중심이다.
사진 속의 배경은 분명 낯선 곳이지만 사람들의 표정은 지금 내가 존재는 이곳과 같다. 그 안에는 기쁨이 있고 슬픔이 있다. 즐거움이 있고 때론 고통이 있다. 그 표정 짓는 얼굴이 모여 각각의 삶을 이룬다. 얼굴은 삶이다.
다른 언어를 쓰고 조금은 다른 생김새를 가진 사람들이지만 그 표정만으로 그들이 무슨 말을 하고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다. 이를 하얗게 드러낸 웃는 얼굴, 카메라에 조금은 경직된 듯한 어색한 표정, 자신의 일에 몰두하는 아름다운 모습, 작가의 눈을 통해 그들의 삶을 본다.
난 글을 읽지도, 사진을 볼지도 모르는 사람이다. 항상 뭔가에 쫓기듯 책을 마치는 것에만 관심이 있는 사람인양 글의 깊이도, 사진의 넓이도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사진은 그냥 ‘볼 수’ 있지만 보는 것이 아니다. 천천히 한 장 한 장을 마음에 담아야 한다. 그것은 부드러운 솜털일 수도 있고 금방 딴 탄산음료 같은 짜릿함일 수도 있다. 천천히 그 느낌을 마음에 품어야 한다. 이 책은 내게 잊었던 여유를 안겨줬다. 옆에 두고 생각날 때마다 손에 쥐려 한다.
밑줄
옆모습은 사람의 진실한 모습을 보여준다. 우리가 흔히 쓰는 프로필이라는 단어는 원래 ‘옆모습’이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더불어 한 사람이 어떻게 살아왔는지 알려주는 ‘약력’을 뜻하는 말이기도 하다. 옆모습은 사람의 히스토리를 보여주는 것이다. 어떤 의도를 담아 눈, 코, 입으로 표정을 만들어내고 타인과 눈을 맞출 수 있는 앞 얼굴은 사람의 진정한 모습이 아닐지도 모른다. 타인에게 마음을 내비추고 싶을 때 사람들은 돌아서듯 옆모습을 슬쩍 흘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