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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학의 위기' 속에 '상업적 인문학' 판을 치고 있다. 단정 지을순 없지만 인문학이라는 제목을 달고 나온 책이 늘었났다는 사실이 그런 생각을 들게 한다.
저자가 쓴 <책 읽는 책>을 읽고 감동을 받았던 기억이 있어 내심 기대하고 있었건만 뭔지 모를 아쉬움이 잔뜩 남은 책이다. 인문학의 범위가 너무 넓은 관계로 대충 껴맞추면 인문학이 되는 것인지, 내 인문학적 소양이 부족한 탓인지, 이 책에서 인문학은 찾아보기 힘들다. 그리고 세상을 읽는다는 제목이 무색하게 대부분 정치에 대해 이야기하고 간간히 현정부 비판을 추가해 그럴듯하게 포장했다. 물론 저자도 경제, 사회, 정치등을 이야기할 때 한 분야만을 따로 떼서 이야기하는 것보다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관계를 조명하는 것이 의미있다고는 하지만 확실히 정치쪽으로 많이 치우친 것은 사실이다.
저자의 박학다식에 감탄하고 마지막 문화 챕터는 배울점도 많다. 하지만 단지 문제만 나열하고 자신의 생각이나 해결책이 없는 '세상 읽기'는 독자로서 공허할 뿐이다. 심지어 책 여러권을 읽고 짜집기한 느낌이 들기도 한다.(그러한 능력도 대단한 것이긴 하지만.) 이 복잡한 세상의 문제를 한 방에 날려버릴 해결책을 제시한다는 것 자체가 불가능한 일이지만 적어도 희망적인 메세지를 전달하는 것이 인문학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사람의 의무가 아닌가 싶다.
분명 나보다는 글쓰신 분이 더 아는 것도 많고 업적도 많다. 하지만 적어도 내가 아는 한 가지는, 인문학은 사람에 대해 이야기 하는 것이다. 나와 너, 그리고 우리, 이를 토대로 상대방을 이해하고 어려운 상황에서도 희망을 보여주는 것이 인문학이라 생각한다. 그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는 사회가 오길 기대하며.